2008년 05월 10일
죽을 권리 vs 생명 존중. 안락사 허용 문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엄마 인공호흡기 떼어내 품위 있게 돌아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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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사전송 2008-05-10 03:10 | 최종수정 2008-05-10 08:10
환자가족 첫 가처분신청… 안락사 논쟁 불붙을 듯 현행법상 호흡기 떼면 살인 소생가능성 없을땐 무혐의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에 대해 가족들이 존엄하게 사망할 환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둘러싸고 생명 존중을 주장하는 쪽과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쪽의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은 살인죄에 해당한다.
9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서울 S병원에서 지난 2월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폐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고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게 된 김모(여·75)씨의 자녀들이 병원을 상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행위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김씨 자녀들은 신청서에서 "뇌 손상으로 회복이 불가능해진 상태인 어머니는 평소 '내가 죽게 될 상황에 놓이면 남에게 누가 되지 않게 깨끗이 이승을 떠나고 싶다'고 말해왔다"며 "생명연장 장치를 떼어내 어머니가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존엄하게 돌아가실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은 신현호 변호사는 "치료를 계속해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환자에 한해 환자 본인과 가족들의 고통을 덜고, 생명유지 조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안락사 논쟁 재연될 듯
서울서부지법에 9일 접수된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김모씨는 평소 집안 살림을 돕는 등 건강했다고 한다. 깔끔한 성격에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으려 할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녀들은 어머니가 품위를 지키며 이승과 하직하기를 바랐지만, 문제는 임의로 인공호흡기를 떼내는 것이 불법이라는 점이었다. 형법상 이런 행위는 '살인 혹은 살인방조죄'로 처벌된다. 병원과 가족간의 합의 아래 인공호흡기를 떼는 경우가 가끔 있으나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법원이나 검찰의 처벌은 환자가 소생 가능한 상태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1997년 가족들의 요구로 의료진이 뇌수술을 받고 의식불명인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냈다가 가족과 관련 의사가 '살인 방조' 혐의로 처벌된 '보라매병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법원은 환자가 소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반면 2006년 6월 간경화 말기 환자 김모(72·여)씨에게서 산소공급 호스를 떼어낸 의사 2명에 대해서는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 환자가 소생 불가능 상태라는 이유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안락사를 인공호흡기를 떼는 수준의 '소극적 안락사'와 의사가 약물을 주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적극적 안락사'로 나누어 판단한다. 이 가운데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가 의식불명이 되기 전 일기나 평소의 언사를 통해 자신의 안락사에 대한 희망을 표시한 경우 이뤄진다. 적극적 안락사의 경우 유언장과 같은 문서를 통해 더 명시적으로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해 김선욱 변호사는 "생명 연장 치료 중단이 허용되면 유산·상속, 치료비 부담 등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2005년 3월 미국에서는 15년째 식물인간으로 있던 테리 시아보(당시 41살)의 영양공급 튜브 제거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장기간 아내를 돌봐온 시아보의 남편은 1998년 아내가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생명 유지장치 제거를 법원에 요구했지만, 시아보의 부모는 "시아보가 눈을 깜박이고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등 분명히 살아 있는 상태"라며 반대했다.
이후 7년간 미국 상하원과 각급 법원에서 일대 논쟁을 불러일으키다가 결국 급식튜브 제거가 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로 결론지어졌다. 시아보는 급식장치를 제거한 지 13일 만에 숨졌다.
미국은 환자나 그 가족들이 원하면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환자에 대해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돼 있다. 환자가 심폐 소생술을 거부하면 환자가 사망해도 해당 의사가 면책된다는 판결이 1996년 나온 바 있다.
네덜란드는 독극물을 투여해 안락사를 할 수 있게 2000년에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스위스에서는 아예 환자 본인이 치사 약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있고 소극적 안락사 지원단체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만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2000년에 허용했고, 프랑스에서는 소생 불능이라는 판정이 내려진 환자에 대해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진료를 중지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본 역시 작년 4월 생명연장 수단을 제거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한 바 있다.
[최원석 기자 yuwhan2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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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5/10 10:45 | 새롬 이슈 | 트랙백 | 덧글(1)

환자가족 첫 가처분신청… 안락사 논쟁 불붙을 듯 현행법상 호흡기 떼면 살인 소생가능성 없을땐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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